220512, 머리 자르러 가는 날

2022. 5. 12. 16:53하루 이야기/오늘


4월에 자른 머리가 벌써 시야를 가리기 시작한다.
심각한 수준은 아닐 지 몰라도 심각해질 때까지 방치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니겠거니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 이미 '주의'와 '위험' 수준을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

지저분함을 가지고서 업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는 생각과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깔끔한 모습을 위해 어제 근래 단골로 다니는 헤어샵을 예약 잡았다.

근래를 살아가는 시대는 참 신기하고 좋다.
네이버에서 다니는 미용실을 검색하면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서 예약도 가능하고
미리 결제하거나, 또는 방문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수 있으며 디자이너도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디지털 메뉴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점점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그런 상황을 겪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어야겠지만 그런 간접 경험은
나의 부모님께서는 이 메뉴얼에 잘 적응하고 계신지 여쭙고, 알려드리는 것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서비스를 소홀히 하는 순간,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비판받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 디지털 메뉴얼을 활용할 줄 아는 해당 지역민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어볼 수 있다.
때문에 비판적인 리뷰에 대해서는 조금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어져있다.
젊은 사람들도 그 부분까지는 귀찮아하는 이들이 있는 마당에
나이가 더 있으신 분들은 그런 공정성을 찾는 것에 헤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는 단골 미용실은 제법 친절하다.
펌 기간이 아주 오래가지는 못하지만 그에 앞서 나에게
"고객님은 남자분들 중에서도 머리가 아주 잘 뜨시는 편에 속하세요..하하.."
라고 이야기 해주었기 때문이다.

혹, 그런 부분이라도 좀 더 매끄럽게, 거슬리지 않게 말해줄 수 없냐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렇게 확실하게 표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인지하고 케어를 받기 때문이다.

한 두달 전만 하더라도 헤드셋을 착용하고 전화 업무를 보았기에
왼쪽 옆머리의 펌이 더 빨리 풀리는 참사(?)가 있었는데
이어폰으로 바꾼 지금은 별 신경을 안쓰는 것 같다.

옆머리만 부분적으로 다운펌을 하고선 깔끔히 커트를 하는데
옆머리 펌이 끝나가는 시점부턴 옆통수에서 바람이 나오는 것인지
붕 뜨는 형태가 된다. 다른 머리도 더 길어지면 뜨겠지만 일단 제일 심각한 부분이었다.

어릴 적 기억에 돌아보면 이로 인한 특성 때문에 나는 늘 스포츠 머리. 그것 외엔 선택권이 없었다.
남들처럼 차분한 머리?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내 성격은 차분한 편에 속했다.
시원하고 남자다운 이미지 이면엔 깔끔하고 차분한 성격이였다. 그 당시엔.

뭔가 멋쩍은 소릴한 것 같은데 아무튼 과거엔 그랬단 얘기다.
고교 시절 마지막자락부터 펌도 하고, 탈색도 하며 머리도 길러보았지만(준장발..정도? 근데 준장발이란 표현도 웃기다)
지금처럼 다운펌과 자연스러운 커트(사실 이 둘이 잘 맞는 것은 아니다. 다운펌 자체가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고 한다)를
하는 것이 내게 잘 맞기 때문이다. 또는 그렇게 생각한다.

미용사와 나 모두 서비스 분야에 닿아있다보니 자연스럽고 서로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지 싶지만
함부로 속얘기를 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말 프로이기 때문이다(그래서 너가 프로라고 말하고 싶은건희).
침묵을 막기 위한 멘트와 수다쟁이가 되기 전 수준의 답변만 오갈 뿐이다. 뭐
그것도 나름 머리를 굴리면서 말을 해야하니 머릴 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서로 대충 무슨 말인지 그림을 그려 알아듣는다는 특이점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 방문했을때 찍은 사진, 대기 자리에 메뉴판이 있어 간단한 간식을 제공해 주시는데 음료를 주문하면 이렇게 과자도 주신다. 근데 저녁은 맨날 저렇게 찢어진다(...).




나의 어머니도 미용사이셨다. 지금은 경제가 어려워 다른 일을 하고 계시지만
가끔씩 용돈벌이를 하러 갔을 때 고객을 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다보면
서비스에 닿아있는 사람들은 신념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명확히 갈린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프로를 만드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는 친절함은 기본 바탕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꾸준히 학습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쉽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전달해주는 것이다.

말이 조금 쉬울지 몰라도 판단에 따라 많이 갈라지는 것이 서비스인지라,
어떤 사람은 간단하게 해야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상세하고 폭넓게 알려줘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 서비스가 되는가? 그렇지 않다.
말하는 연습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쉬운 분야일 수가 없는 것이다.
뭐 카카오톡같은 문자로라도 주고 받는다면 쉽지 않을까?

어떤 일도 쉬운 것은 없겠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그로인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이 배움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뭐 좀 더 이른 때에 나의 부모님께서 그런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셨으면 어땠을까싶은 생각도 들지만
굳이 멀쩡한 등짝을 데울 필요는 없으니..